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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리뷰 (모성애, 복선, 봉준호)

봉준호 감독의 2009년작 ‘마더’는 개봉 당시 김혜자와 원빈이라는 조합만으로도 화제였지만, 정작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훨씬 불편한 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모성애라는 가장 신성한 감정이 얼마나 맹목적이고 위험해질 수 있는가. 이 영화를 다시 보면 가장 오래 남는 건 눈물이나 감동이 아니라, 끝내 정리되지 않는 어떤 불편함이었습니다.모성애가 아닌 맹목적 사랑의 민낯영화 ‘마더’에서 엄마(김혜자 분)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도준(원빈 분)이 살인 누명을 쓰자 직접 사건을 파헤칩니다. 형사에게 사정하고, 장례식장에 찾아가 뺨을 맞으면서도 전단지를 돌리고, 심지어 진태의 집에 몰래 들어가 증거를 뒤집니다. 이 장면들을 보면 처음엔 안타까운데, 시간이 갈수록 안타까움보다 불안감이 커졌습니다.봉준호 감독은 이 영..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8. 09:00
곡성 리뷰 (모호함, 믿음과 불신, 불가지론)

곡성을 처음 본 관객 중 열에 아홉은 "이게 무슨 결말이야"라고 중얼거렸을 겁니다. 저도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찝찝한 기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해석을 찾아보며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곡성이 왜 이렇게 사람을 붙잡는지, 그리고 왜 누군가에게는 최고작이고 누군가에게는 최악인지, 영화를 다시 보고 나서야 겨우 정리된 생각을 꺼내놓겠습니다.모호함의 설계 —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답을 숨긴 이유곡성이 2016년 개봉했을 때 평론가들의 반응은 그 어떤 한국 영화보다 극단적으로 갈렸습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10점 만점을 주며 "무시무시하다"고 했고, 같은 해 정성일은 "최악의 영화"라고 혹평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 다른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처..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7. 21:00
내부자들 리뷰 (권력구조, 마키아벨리즘, 영화비평)

육아휴직 중 아이를 재운 뒤 홀로 거실에 앉아 우민호 감독의 영화 을 다시 틀었습니다. 군에서 정비중대장으로 일하던 시절, 조직의 논리와 보이지 않는 위계 속에서 부딪히던 기억이 화면 위로 겹쳐졌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권력 구조의 민낯을 해부한 고발장에 가깝습니다.아이를 재운 밤, 군 시절이 떠오른 이유제가 정비중대장으로 복무할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전투나 훈련이 아니었습니다. 원칙대로 처리하려는 일이 조직의 생리와 충돌할 때, 그 보이지 않는 벽이었습니다. 보고 체계, 인맥, 묵시적 위계. 실력보다 줄이 중요한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고, 영화 속 우장훈 검사를 보면서 그 감각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는 경찰 출신에 지방대 졸업이라는 이유로 끌어주는 인맥, 즉 조직 내 비..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7. 09:00
올드보이 리뷰 (죄의식, 미장센, 복수의 구조)

올드보이가 개봉한 지 올해로 정확히 20년이 됩니다. 이 영화를 다시 틀었는데, 불을 끄고 화면만 마주한 채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이 서늘해졌습니다. 20년이 지나도 이 영화가 주는 압도감은 조금도 희석되지 않았습니다.올드보이가 지금도 회자되는 배경2003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원작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다시 볼수록 이야기의 설계가 너무 정교해서, 이게 정말 오락 영화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영화 제목 올드보이(Old Boy)는 직역하면 '나이 든 소년'이지만, 영어권에서는 졸업생 혹은 동창생이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이 중의성(重義性), 즉 하나의 단어가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동시에..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6. 23:05
신세계 리뷰 (골드문 후계자, 잠입수사, 인간적 유대)

육아휴직 중 딸아이가 일찍 잠든 평일 저녁,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봤습니다. 고른 작품은 였고, 화면 속 세계는 제 현실과 정반대로 차갑고 치열했습니다. 거대 범죄 기업 '골드문'의 후계자 구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그 한가운데 놓인 잠입 경찰 이자성의 선택을 다룬 이 영화는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게 만들었습니다.골드문 후계자 구도 — 회장 사망부터 이사회까지영화는 골드문 회장 석동출이 내연녀를 만나러 가던 중 의문의 사고로 사망하면서 시작됩니다. 골드문은 전국구 조직인 재범본파, 제1파, 북대문파가 합쳐 탄생한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형 범죄 조직입니다. 여기서 '기업형 범죄 조직'이란 단순한 폭력 조직이 아니라 건설·유통·엔터테인먼트 같은 합법적 사업 구조를 외..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3. 21:00
베테랑 2 리뷰 (액션 연출, 사적 제재, 빌런 서사)

베테랑 2는 개봉 41일 만에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한 2024년 추석 최대 화제작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육아휴직 1년 만에 은빛 님과 함께 잡은 극장 표였는데, 솔직히 처음엔 전편처럼 시원하게 웃고 나오는 오락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액션 연출 — 비 오는 옥상부터 남산 계단까지오프닝이 켜지는 순간, 서도철 형사(황정민 배우)가 유쾌하게 도박장을 소탕하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모처럼 딸 재우고 나온 극장이었는데, 처음 5분은 그냥 편하게 웃으면서 봤어요. 전편 분위기 그대로 이어지는 줄 알았으니까요.그런데 해치(Hache)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해치란 사적 제재자를 가리키는 극중 별명으로, 법의 심판을 피해 간 범죄자들을 피해자와 똑같은..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2. 21:00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리뷰 (오락성, 유해진, CG완성도)

고래가 국새를 삼킨다는 설정, 그게 진짜 말이 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 의자에 앉아 스크린을 마주하는 순간, 그 황당한 전제가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화 은 조선 건국이라는 무거운 역사를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그 위에 산적과 해적과 고래를 뒤섞은 유쾌한 활극입니다. 온수동 지구인 블로그에서 이 영화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 하나, 직접 겪어보니 이건 글로 남기지 않으면 억울하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오락성: 이 영화가 웃긴 건 그냥 웃긴 게 아닙니다이석훈 감독은 을 흔히 팝콘 무비(popcorn movie)라는 장르로 분류합니다. 여기서 팝콘 무비란, 복잡한 서사나 메시지보다 오직 극장에서의 즉각적인 쾌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순..

카테고리 없음 2026. 10. 15. 21:22
기생충 리뷰 (시각적대비, 계급풍자, 결말분석)

봉준호 감독의 영화 은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작품입니다. 극장 좌석에 앉아 스크린이 밝아지던 첫 순간부터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저는 한 번도 등받이에 기대지 못했습니다. 그 무겁고 서늘한 압박감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습니다.시각적 대비 — 반지하와 저택이 만들어낸 감각의 충격영화를 보기 전, 일반적으로 계급 격차를 다루는 영화라고 하면 대사나 서사로 그 차이를 설명하는 방식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극장에서 마주한 은 달랐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단 한 마디 설명 없이, 오로지 공간의 높낮이와 빛의 양만으로 두 계급 사이의 거리를 압도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기택(송강호 배우) 가족이 사는 반지하..

카테고리 없음 2026. 10. 10. 21:03
범죄도시3 리뷰 (흥행 분석, 빌런 한계, 액션 진화)

범죄도시 시리즈 삼부작이 모두 500만 관객을 넘긴 사례는 한국 영화 역사에서 전례가 없습니다. 1편 680만, 2편 1,269만에 이어 3편은 쌍천만을 목전에 뒀습니다.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솔직히 "이게 되는구나"라는 감탄과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불편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쌍천만 흥행의 진짜 이유범죄도시 3편이 이 정도 흥행을 거둔 건 영화 자체의 완성도보다 '프랜차이즈 신뢰도(franchise trust)' 덕분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프랜차이즈 신뢰도란 관객이 해당 시리즈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사전에 정확히 알고, 그 기대가 충족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티켓을 구매하는 현상을 말합니다.제가 극장 좌석에 앉았을 때 주변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이게 딱 맞았습니다. 첫 액션 장면에서 마석도의 ..

카테고리 없음 2026. 10. 8. 08:55
변호인 리뷰 (법정영화, 부림사건, 송강호)

극장에서 법정 장면이 절정에 치달을 때, 저도 모르게 손바닥에 땀이 차오른 영화가 몇 편 되지 않습니다. 영화 은 그 몇 편 중 하나였습니다. 1981년 실제로 벌어진 부림사건(부산 지역 독서 모임 학생과 교사들이 공산주의자로 조작 기소된 사건)을 바탕으로, 훗날 노무현 대통령이 된 인물의 초기 변호사 시절을 극화한 이 작품은, 스크린 너머로 묵직한 분노와 벅찬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속물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 각성의 서사 구조영화가 처음 밝아지면 1980년대 부산의 정겨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송우석 변호사(송강호)는 나이트클럽 명함을 돌리고, 부동산 등기 업무로 돈을 버는 지극히 세속적인 인물입니다. 저는 이 초반부가 정말 영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대단한 사명감을 가진 영웅을 내세..

카테고리 없음 2026. 10. 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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