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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2 리뷰 (액션 연출, 사적 제재, 빌런 서사)

온수동지구인 2026. 10. 22. 21:00

목차


    베테랑 2는 개봉 41일 만에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한 2024년 추석 최대 화제작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육아휴직 1년 만에 은빛 님과 함께 잡은 극장 표였는데, 솔직히 처음엔 전편처럼 시원하게 웃고 나오는 오락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액션 연출 — 비 오는 옥상부터 남산 계단까지

    오프닝이 켜지는 순간, 서도철 형사(황정민 배우)가 유쾌하게 도박장을 소탕하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모처럼 딸 재우고 나온 극장이었는데, 처음 5분은 그냥 편하게 웃으면서 봤어요. 전편 분위기 그대로 이어지는 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해치(Hache)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해치란 사적 제재자를 가리키는 극중 별명으로, 법의 심판을 피해 간 범죄자들을 피해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처형하는 인물입니다. 쉽게 말해 자기만의 잔혹한 방식으로 '이에는 이'를 실행하는 연쇄 살인마죠.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의 액션이 단순히 배우 몸이 좋아서 잘 싸우는 게 아니더군요. 카메라가 핸드헬드(hand-held)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여기서 핸드헬드란 카메라를 삼각대 없이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방식으로, 흔히 긴박감을 살리기 위해 쓰이지만 과하면 멀미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베테랑 2는 그 유혹을 끊고, 절도 있는 앵글 이동으로 생동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선택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비 오는 옥상 씬은 제가 이 영화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미끄러운 바닥, 빗물이 튀는 소리, 그리고 박선우(정해인 배우)가 상대를 무력화하는 순간 번뜩이던 그 눈빛. 타격음도 전편의 경쾌한 소리와 달리 둔탁하고 뼈가 부딪히는 느낌이었는데, 극장 스피커로 들으니 등이 오싹해졌습니다.

    남산 계단 클라이맥스는 또 달랐어요. 황정민 배우가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구르고 꺾이며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습니다. 스턴트 코디네이션(stunt coordination), 즉 위험한 장면을 안전하게 설계하고 배우와 스턴트맨의 움직임을 통합적으로 연출하는 작업이 얼마나 정교하게 들어갔는지, 화면만 봐도 느껴졌습니다.

    • 비 오는 옥상 격투: 핸드헬드 없이 절도 있는 앵글로 생동감을 살린 연출
    • 타격음 설계: 경쾌함 대신 둔탁하고 묵직한 충격음으로 현실감 강화
    • 남산 계단 추격전: 황정민 배우의 몸을 던지는 투혼이 클라이맥스를 완성
    • 정해인의 눈빛 클로즈업: 눈동자를 진하게 처리한 연출로 빌런의 광기를 시각화
    요약: 베테랑 2의 액션은 화려한 기술보다 카메라 앵글과 타격음 설계로 완성도를 끌어올린, 류승완 감독 특유의 절제된 연출이 돋보이는 결과물입니다.

    사적 제재와 빌런 서사 — 날카로운 질문, 빈 답안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편이 재벌 악당을 향한 통쾌한 권선징악이었다면, 베테랑 2는 사적 제재(私的 制裁)라는 훨씬 불편한 주제를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사적 제재란 국가의 공식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 스스로 범죄자를 처벌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미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주제죠(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상 자력구제 관련 조항).

    영화가 이 주제를 꺼낸 이유는 분명히 보입니다. 솜방망이 처벌, 가해자 경호까지 맡는 경찰, 여론의 분노. 전서구처럼 임산부를 밀어 사망에 이르게 했음에도 5년 만에 출소해 빈정대는 인물 앞에서 저도 솔직히 처음엔 '잘됐다'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게 이 영화가 노리는 감정이었겠지만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무거운 주제를 꺼낸 영화는 반드시 자기 나름의 답, 혹은 질문을 정직하게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베테랑 2는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을 한껏 부풀려 놓고 정작 그 다음 발을 어디에 딛을지 모르는 채 서있는 느낌이었어요.

    빌런 서사(villain narrative), 즉 악당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이야기 구조 면에서도 아쉬움이 컸습니다. 박선우가 왜 해치가 되었는지, 어떤 계기가 그를 그 지점까지 끌고 갔는지에 대한 설명이 끝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정해인 배우의 눈빛 연기가 워낙 뛰어나서 화면에서 시선을 못 뗐지만, 극이 끝나고 나면 '이 사람 왜 이랬지?'라는 물음표만 남습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연출 문법 실수도 보입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란 이야기가 막힌 순간 뜬금없이 등장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버리는 장치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기계 장치로 신을 무대에 내리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민광훈이라는 인물이 딱 그 역할이었는데, 등장 배경부터 퇴장까지 너무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제 입장에서는 몰입이 한번 뚝 끊겼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5점이 아니라 6점 이상으로 기억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던진 질문 자체는 예리하고, 전편의 쉬운 구조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 시도는 분명히 보입니다. 오락 영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윤리적 딜레마를 끌어들이려 한 그 야심은, 설령 착지가 아쉬웠더라도 시도 자체는 박수를 쳐줄 만합니다.

    요약: 사적 제재라는 날카로운 주제를 꺼냈지만, 빌런 동기의 공백과 결말의 방향 상실로 인해 질문만 남기고 답을 포기한 아쉬운 작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베테랑 2, 전편 안 봐도 볼 수 있나요?

    A. 제가 전편을 본 지 꽤 오래된 상태에서 봤는데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서도철 팀의 캐릭터 관계가 자연스럽게 설명되기 때문에 2편만 봐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어요. 다만 전편 특유의 경쾌한 톤을 기억하고 있다면 2편의 무거운 분위기가 더 도드라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Q. 베테랑 2 폭력 수위가 심한가요? 가족이랑 봐도 되나요?

    A. 전편보다 타격 장면이 훨씬 묵직하고 잔혹한 편입니다. 피해자의 죽음을 재연하는 씬 등 직접적인 묘사가 몇 차례 등장하기 때문에,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보다는 성인 동반이 적합합니다. 제가 은빛 님과 둘이 봤는데도 몇 장면은 꽤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Q. 결말이 열린 결말인가요? 베테랑 3 나오나요?

    A. 결말은 완전히 열려 있지는 않지만 사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은 아닙니다. 사적 제재에 대한 질문을 그냥 공중에 띄워 놓은 채 끝나는 구조입니다. 베테랑 3 제작 여부는 아직 공식 발표가 없는 상태이고, 흥행 성적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확인된 정보는 없습니다.


    Q. 정해인이 액션 직접 했나요? 연기력은 어떤가요?

    A. 상당 부분을 직접 소화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느낀 건, 정해인 배우의 진가는 화려한 기술보다 표정에 있었습니다. 선한 인상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냉기 어린 눈빛이 빌런 연기의 핵심이었는데, 후반 눈 클로즈업 씬은 그 효과가 특히 강렬했습니다.


    결론

    베테랑 2는 액션 연출 면에서는 류승완 감독의 커리어에서도 손꼽힐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앵글 하나, 타격음 설계 하나에서 손이 많이 갔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정해인 배우의 빌런 연기도 강렬하게 남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엔 극장을 나오면서 뭔가 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사적 제재라는 무거운 주제를 꺼내 놓고, 빌런의 동기를 끝까지 설명하지 않은 채 오락 영화의 결말로 착지하려 한 것이 어색하게 남았습니다. 좋은 재료를 가져다가 레시피를 완성하지 못한 느낌이랄까요.

    액션 자체를 즐기는 분이라면, 혹은 사적 제재라는 주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계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입니다. 다만 전편의 사이다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들어가시면 뒷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니, 그 부분만 미리 알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ryeYY3votk&t=97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