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시리즈 삼부작이 모두 500만 관객을 넘긴 사례는 한국 영화 역사에서 전례가 없습니다. 1편 680만, 2편 1,269만에 이어 3편은 쌍천만을 목전에 뒀습니다.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솔직히 "이게 되는구나"라는 감탄과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불편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쌍천만 흥행의 진짜 이유범죄도시 3편이 이 정도 흥행을 거둔 건 영화 자체의 완성도보다 '프랜차이즈 신뢰도(franchise trust)' 덕분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프랜차이즈 신뢰도란 관객이 해당 시리즈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사전에 정확히 알고, 그 기대가 충족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티켓을 구매하는 현상을 말합니다.제가 극장 좌석에 앉았을 때 주변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이게 딱 맞았습니다. 첫 액션 장면에서 마석도의 ..
1편 제작비 70억으로 688만 관객을 불러모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4편에 이르러 사상 첫 트리플 천만, 누적 관객 4천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저도 개봉 주에 극장을 찾았는데, 필리핀 불법 도박장 세트가 펼쳐지는 첫 장면부터 이 시리즈 특유의 끈적하고 위험한 공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고, 그 순간만큼은 4편이라는 숫자가 전혀 낡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고 나서 남은 감정은 조금 복잡했습니다.흥행 공식과 액션 설계: 검증된 것들의 귀환범죄도시 시리즈가 코로나 이후 죽을 쓰던 한국 영화판에서 홀로 천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반적으로 "마동석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178cm라는 특출나게 크지 않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성인 남성 머리만 한 ..
한국에서 좀비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서양 배우들이 아닌 한국 사람들이 좀비 앞에서 공포에 떠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극장에서 두 시간을 보내고 나온 뒤, 그 걱정이 얼마나 쓸데없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오히려 이건 서양식 좀비 블록버스터보다 훨씬 한국적이고, 훨씬 더 무서웠습니다.K-좀비가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일반적으로 좀비 영화는 느릿느릿하고 멍청한 괴물이 나오는 장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초기 좀비 시리즈가 바로 그 이미지를 굳혀놓았죠. 그런데 제가 직접 극장에서 목격한 부산행의 감염자들은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이들은 달립니다. 그것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속도로.부산행이 선택한 가장 ..
저승차사가 저승을 공격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처음 이 이야기의 핵심 구조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호자가 스스로 지켜야 할 공간을 무너뜨리는 아이러니, 그것도 원귀까지 데리고 올라오면서. 직접 극장에서 마주하고 나서야 왜 이 역설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인지 비로소 이해했습니다.압도적 비주얼, 그런데 공룡은 뭐였을까화면이 열리자마자 거대한 모래바람이 스크린을 집어삼켰습니다. 수홍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한 저승 재판의 서막이었는데, 1편에서 이미 꽤 완성도 높다고 생각했던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 2편에서는 한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CG란 컴퓨터로 실제 촬영이 불가능한 공간과 장면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시각효과 기법을 말하는데, 살인지옥과 불의지옥 같은..
속편이 전편을 뛰어넘은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요? 극장을 나서면서 저는 그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었습니다. 범죄도시2는 전편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넘어서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리 큰 실망으로 남지 않았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2시간이 10분처럼 지나간 그 경험이, 저에게는 꽤 솔직한 증거였습니다.마석도라는 캐릭터, 속편에서도 살아남았는가속편 징크스(Sequel Curse)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속편 징크스란 성공한 전편의 패턴을 그대로 복제하면서 스케일만 키우다가 오히려 캐릭터의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뜻합니다. 제가 범죄도시2를 보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마석도라는 캐릭터는 범죄도시 이전에도 비슷한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이웃사람, 부산행, 성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