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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4 리뷰 (흥행 공식, 액션 설계, 빌런 한계)

온수동지구인 2026. 10. 5. 08:12

목차


    1편 제작비 70억으로 688만 관객을 불러모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4편에 이르러 사상 첫 트리플 천만, 누적 관객 4천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저도 개봉 주에 극장을 찾았는데, 필리핀 불법 도박장 세트가 펼쳐지는 첫 장면부터 이 시리즈 특유의 끈적하고 위험한 공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고, 그 순간만큼은 4편이라는 숫자가 전혀 낡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고 나서 남은 감정은 조금 복잡했습니다.



    흥행 공식과 액션 설계: 검증된 것들의 귀환

    범죄도시 시리즈가 코로나 이후 죽을 쓰던 한국 영화판에서 홀로 천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반적으로 "마동석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178cm라는 특출나게 크지 않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성인 남성 머리만 한 두꺼운 팔뚝과 전직 헬스 트레이너다운 탄탄한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함은 타격감(hit feel)이라는 측면에서 국내에 전무후무한 배우입니다. 여기서 타격감이란 화면 속 주먹질 한 방이 얼마나 물리적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가를 뜻하는 개념으로, 쉽게 말해 스피커 소리와 화면 편집이 조화를 이뤄 관객이 거의 몸으로 충격을 받는 느낌을 주는 요소입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이건 절반의 이유에 불과합니다. 1편을 다시 떠올려보면, 마석도 혼자서 모든 걸 끌고 간 영화가 아니었어요. 강력반 형사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앙상블, 중간중간 터지는 현장 애드립, 거기에 촘촘하게 쌓인 빌런의 잔혹함이 마지막 응징 장면의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극대화했습니다. 카타르시스란 관객이 극 중 감정을 따라가다가 클라이맥스에서 쌓인 감정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정화 경험을 의미하는데, 1편이 성공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카타르시스 설계에 있었다고 봅니다.

    4편을 연출한 허명행 감독은 범죄도시 1편부터 3편까지 무술 감독을 맡아온 인물로, 2편의 강해상 복도 롱테이크 격투신과 3편에서 마석도 액션에 복싱을 접목한 장면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롱테이크(long take)란 편집 없이 카메라가 연속으로 장면을 담아내는 촬영 기법으로, 자르지 않고 이어지는 화면이 그 자체로 긴장감과 현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액션의 설계자가 메가폰을 직접 잡은 만큼, 4편에서 백창기가 처음 등장해 단검을 휘두르는 장면은 제가 직접 봤을 때 등받이에 몸을 바짝 붙이게 만드는 서늘한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예리했습니다. 기존 악당들이 힘으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이었다면, 백창기는 특수부대 군인 출신 설정답게 CQC(Close Quarters Combat) 기반의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을 선보였습니다. CQC란 총기를 쓰기 힘든 좁은 공간에서 칼이나 맨몸으로 싸우는 근접 전투 기술로, 스피드와 치명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고난도 액션 스타일입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으로(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2편은 2022년 천만을 넘긴 유일한 영화였고, 3편 역시 1,312만을 기록한 서울의 봄에 이은 유일한 천만 영화였습니다. 시리즈물로써 연속으로 천만을 넘긴 전례는 신과 함께밖에 없었는데, 범죄도시는 그 기록을 트리플로 경신 중입니다. 이 수치만 보면 흥행 공식은 완벽하게 검증된 셈입니다.

    • 1편 (2017): 제작비 70억 / 국내 관객 688만 / 매출 560억
    • 2편 (2022): 제작비 130억 / 국내 관객 1,269만 / 월드 박스오피스 1,400억 돌파
    • 3편 (2023): 제작비 135억 / 국내 관객 1,068만 / 월드 박스오피스 1,000억 돌파
    • 4편: 트리플 천만 및 시리즈 누적 4천만 돌파 목전
    요약: 범죄도시 흥행의 본질은 마동석 개인이 아니라 카타르시스를 정교하게 설계한 구조에 있으며, 4편은 액션 설계 면에서 무술 감독 출신 허명행 감독의 강점이 잘 발휘되었습니다.

     

    빌런의 한계: 액션이 좋아도 카타르시스가 빠지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4편의 빌런 구성은 설정만 놓고 보면 역대 시리즈 중 가장 그럴듯했습니다. 코인 상장을 배후에서 기획하는 IT 천재 장동철(이동휘)과, 단검을 이용한 CQC 액션이 돋보이는 냉혹한 청부업자 백창기(김무열)의 조합은 두뇌와 폭력의 이중 위협을 기대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영화가 전개되자 두 인물이 각자 따로 허무하게 소비되는 느낌이 내내 걸렸습니다.

    장동철은 수천억에서 수조 원 규모의 코인 이권을 쥐고 있는 인물로 설정되었음에도, 극 중에서 머리를 쓰는 날카로운 장면보다 깐죽거리는 장면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지능형 빌런(Intellectual Villain)이란 물리적 힘이 아닌 정보 조작이나 계획으로 주인공을 궁지에 몰아넣는 캐릭터 유형인데, 장동철은 이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 채 백창기와 티격태격하다가 허무하게 퇴장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마석도와 단 한 번의 마주침도 없었다는 점에서, 주인공과 연결고리가 없는 빌런은 아무리 설정이 화려해도 극의 긴장감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반면 백창기는 분명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제가 극장에서 직접 봤을 때, 그가 칼을 꺼내는 장면마다 극장 스피커를 찢는 효과음과 함께 등이 서늘해지는 살기가 스크린 밖으로 전해졌어요. 문제는 클라이맥스였습니다. 최종 결투 장소가 비행기 일등석이라는 지극히 협소한 공간으로 설정되었는데, 이 선택이 역설적으로 백창기의 가장 큰 강점을 봉인해버렸습니다. 구르고 날아다니는 스피드가 특기인 캐릭터에게 점프나 회전이 불가능한 공간을 최후의 결전지로 배정한 것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설계했어야 했다고 느끼는 대목입니다.

    1편 장첸과 2편 강해상이 압도적인 분노를 유발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잔혹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무고한 시민, 어린아이, 약자를 직접 해치는 장면들이 관객의 감정을 꾸준히 쌓아올렸고, 그 분노가 마지막 응징 장면에서 한꺼번에 터지며 카타르시스를 완성했습니다. 반면 4편의 백창기는 범죄자들끼리 물고 뜯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관객이 충분한 분노를 쌓기 어려웠고, 그 결과 마석도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순간의 쾌감이 전작들에 비해 현저히 옅었습니다. 영화의 오락성 지표를 측정하는 CGV 에그지수를 포함한 각종 관객 지표에서(출처: CJ ENM) 4편이 2편보다 낮은 만족도를 기록한 것은 바로 이 카타르시스의 농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마동석이 인터뷰에서 "액션이 많은 영화에 서사까지 요구하는 건 돈가스 전문점에서 곱창전골을 찾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저는 이 비유가 핵심을 살짝 비껴갔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원하는 건 곱창전골이 아니라, 돈가스와 함께 나오는 소스·샐러드·단무지처럼 기본 구성이 탄탄한 한 접시였을 것입니다. 1편과 2편이 성공한 것도 뛰어난 액션에 더해 짜임새 있는 서사 구조가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플롯(plot)일수록 오히려 더 치밀한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1의 서사 붕괴와 흥행 참패가 이미 증명한 바 있습니다. 플롯이란 사건이 일어나는 논리적인 인과 순서와 흐름을 뜻하는 서사 구조의 기본 단위입니다.

    요약: 4편의 가장 큰 약점은 빌런의 분노 유발 포인트 부재로, 아무리 액션 설계가 뛰어나도 카타르시스가 약하면 관객이 느끼는 쾌감의 농도가 얇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범죄도시4가 천만을 넘겼는데 왜 아쉽다는 말이 많은 건가요?

    A. 천만 흥행과 완성도 평가는 별개입니다. 일반적으로 천만 영화는 완성도도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번 4편은 브랜드 파워와 마동석 효과가 흥행을 견인한 측면이 강합니다. 실제로 전문가 평점은 시리즈 최저를 기록했고, 관객 사이에서도 "기대만큼은 아니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Q.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감독이 편마다 바뀐 이유가 뭔가요?

    A. 1편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은 정확한 이유가 공개된 바 없지만 후속편에 합류하지 않았고, 2·3편은 1편 조감독 출신 이상용 감독이, 4편은 무술 감독 출신 허명행 감독이 바통을 이었습니다. 각 감독의 색깔이 달라 편마다 액션 연출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며, 이 변화가 시리즈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데 일부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Q. 마동석이 나온 황야는 왜 혹평을 받았나요?

    A. 황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했지만, 세계관만 달랐을 뿐 결국 마동석이 다 때려 부수는 구조는 동일했습니다. 문제는 액션의 질이 아니라 스토리 개연성의 붕괴로, 네이버 평점 4.89점을 기록하며 제작사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범죄도시 4편의 일부 아쉬움도 황야에서 이어진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Q. 범죄도시 1편과 4편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A. 제 경험상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카타르시스의 농도입니다. 1편은 빌런이 무고한 시민과 약자를 해치는 장면들을 통해 관객의 분노를 꾸준히 쌓아올렸고, 마석도의 응징이 그 분노를 한 번에 씻어냈습니다. 4편은 악당들 간의 배신과 갈등이 중심이라 관객이 감정적으로 충분히 분노할 기회가 적었고, 그 결과 클라이맥스 타격감이 전편들보다 얇게 느껴졌습니다.

     

    결론

    범죄도시4는 분명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오락 영화입니다. 백창기의 단검 CQC 액션과 장이수의 코미디 호흡, 마석도의 묵직한 타격감은 2시간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고, 저도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손에 땀을 쥐었습니다. 한국 영화사 최초 트리플 천만과 시리즈 누적 4천만이라는 기록은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성취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시리즈가 5편, 6편으로 이어지려면 지금이 변화의 분기점이라고 봅니다. 뻔한 플롯의 반복, 약해진 빌런의 분노 유발력, 고갈되어가는 신선한 애드립은 흥행 브랜드가 아무리 단단해도 언젠가는 균열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후속작을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다음 빌런이 얼마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느냐가 시리즈 부활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HsoUlk3zr8&t=84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