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을 처음 본 관객 중 열에 아홉은 "이게 무슨 결말이야"라고 중얼거렸을 겁니다. 저도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찝찝한 기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해석을 찾아보며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곡성이 왜 이렇게 사람을 붙잡는지, 그리고 왜 누군가에게는 최고작이고 누군가에게는 최악인지, 영화를 다시 보고 나서야 겨우 정리된 생각을 꺼내놓겠습니다.모호함의 설계 —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답을 숨긴 이유곡성이 2016년 개봉했을 때 평론가들의 반응은 그 어떤 한국 영화보다 극단적으로 갈렸습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10점 만점을 주며 "무시무시하다"고 했고, 같은 해 정성일은 "최악의 영화"라고 혹평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 다른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처..
곡성을 본 이후로 나홍진 감독 이름 석 자는 저에게 거의 보증수표 같은 단어였습니다. 그 기대감을 품고 극장 자리에 앉았는데, 2시간 36분이 지나고 나서 든 첫 생각은 "이게 뭐지?"였습니다. 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머릿속이 완전히 새로 세팅된 느낌이랄까. 호프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영화였습니다.액션 연출 — 한국 영화의 새 기준을 봤습니다요즘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CG로 도배한 야간 전투 신이 공식처럼 굳어져 있죠. 그런데 호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낮에 싸웁니다. 나홍진 감독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이 결정이 영화 전체의 밀도를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어두운 곳에 괴물을 숨기면 관객은 상상으로 채우지만, 백주대낮에 드러내면 감독 실력이 그대로 노출됩니다. 그 배짱을 직접 눈으로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