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 딸아이가 일찍 잠든 평일 저녁,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봤습니다. 고른 작품은 였고, 화면 속 세계는 제 현실과 정반대로 차갑고 치열했습니다. 거대 범죄 기업 '골드문'의 후계자 구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그 한가운데 놓인 잠입 경찰 이자성의 선택을 다룬 이 영화는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게 만들었습니다.골드문 후계자 구도 — 회장 사망부터 이사회까지영화는 골드문 회장 석동출이 내연녀를 만나러 가던 중 의문의 사고로 사망하면서 시작됩니다. 골드문은 전국구 조직인 재범본파, 제1파, 북대문파가 합쳐 탄생한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형 범죄 조직입니다. 여기서 '기업형 범죄 조직'이란 단순한 폭력 조직이 아니라 건설·유통·엔터테인먼트 같은 합법적 사업 구조를 외..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이 스크린에서 숨을 쉬는 영화를 볼 때마다 저는 한 가지 질문을 품고 극장에 들어갑니다. "사실과 상상이 섞인 이 이야기가 진짜처럼 느껴질까?" 영화 은 그 질문에 꽤 강렬한 방식으로 답해 줬습니다. 계유정난(癸酉靖難)이라는 피비린내 나는 역사적 사건 위에 관상이라는 민속 역술을 얹어 한 편의 비극으로 빚어낸 작품인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저는 한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몰입감 — 첫 장면부터 심장이 붙들렸습니다사극 영화를 볼 때 가장 무서운 순간은 오프닝 5분입니다. 그 5분 안에 분위기가 살아있지 않으면 이후 두 시간이 그냥 지루한 역사 강의가 되어버리거든요. 제가 직접 극장에서 을 봤을 때, 깊은 산속 벼랑 끝에 홀로 앉아 붓으로 사람의 얼굴을 꼼꼼히 묘사하는 내경(..